다시 한 알 더... 한 알 더...

2023. 12. 25. 17:04닥터 이야기

행복뒤에 오는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오히려 우울감뒤에 오는 행복감조차 부끄럽게 한다.
 
행복하다.
절망의 바다
우울의 바다에서 
차츰차츰
뭍으로 뭍으로
 
생기의 푸르름을 맡으러 
모래사장을 지나고 
풀숲을 헤친다
 
코끝에서의 비린내와
입속에서 까끌거리는 짭조름은
어서 빨리
시원한 계곡물을 찾길 바란다.
 
계곡 앞에 
샘물 앞에
목구멍에 
넘어가는
시원하고
개운하고
맛이 좋은
물은
 
한번 더 
한번 더
한번 더 마시게 된다. 
아직 갈증이 채 가시지 않는다.
 
마신 후 
보게 되는 하늘
정말 푸르구나
정말 깨끗하구나
 
하지만 
곧 
바람이 거세어지며
검붉은 구름이 
달려온다
 
주위를 둘러봐도
작은 이 손 피할 곳이 없다.
 
어두워져 버린 
깜깜해져 버린
숲 속에서
 
어디인가
어디인가 알 수 없다
방금 전까지 시원한 샘물과 바닷가의 풍경은 
그냥 꿈이었나 
 
눈을 떠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긴 상담과 문진 끝에  약을 추가한다.
 
나의 불안은 내가 해석할 수 있게 돼버려 지난
나의 이성은 자칫 나의 감성과 육체를 컨트롤할 수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상 안된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더 이상 주변인
더 이상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처 주고 싶지 않다.
 
아침 약을 더 먹고
무거워진 몸
나른 한 눈꺼풀
졸린 듯 쉴 새 없는 하품까지
 
불편하다
하지만 마음은 편하다
몸은 불편하지만 힘을 내보자
 
어지럽다
눕자
숨을 고르고 
천천히 
생각을 멈추고 
몸을 느끼자
 

良藥苦口 忠言逆耳 

 

'닥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도 그녀석을 만났다  (0) 2023.12.29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0) 2023.12.29
물 들어 올 때  (2) 2023.12.17
홀로 독방  (0) 2023.12.16
처음 본 하얀 벽  (0) 202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