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바로 그날... 고백2

2024. 6. 14. 01:22좋은 글 이야기

 

 

 

고백2

 

               방승석

 

 

아궁이를 보니

잠시전에 불길은 어디로 가고 숯불만이 남아 있었다.

숯이 되고 재가 되고

장작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온몸을 불사르고

또 불사르고 재가 되어 갔다.

나는 과연 어떠한가

내몸을 불사르고 또 불사르는가

아니면 몸은 던지지도 않은 체

다른 사람들만 아궁이로 뛰어드라 하는가

내몸이 불씨가 되리라  내 온몸이 불씨가 되리라

먼저 타오르고 먼저 재가되는 불씨 되리라

나의 온몸은 온전히 태워 새로운 불씨 만들리라

또 하나의 고통을 통해 새로운 불씨 잉태하리라

재가 되어 온 바람에 날리워도

누구 탓하지 않으며

기쁨으로 떠돌다가

쓸면 쓸리우고 털면 털리우고 불면 불리우고

재가 되어 온 세상을 떠돌다

한송이 꽃을 위해 죽으리라 ... 죽으리라

 

 

구십사년 일월 십사일 이른 아홉시 사십분 곤지암의 숲향기를 맡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