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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6. 3. 18:14사는 이야기

우리 집

 

아니 적확히 표현하면

 

동생 방혜령이 해준 월세 지하방
나에겐 사무실이다.
하지만 잠을 자니
밥은 해 먹지 않으니까
사무실이다.

 


물론 사업자도 나와있다.
망한 사업을 뒤로하고
은평구 구산동에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그런데 이 집이 너무 오래된 집이다.
너무 오래되다 못해
이 앞길에서는 가장 오래된 집으로 너무 낡았다.
왜 다른 집들은 다 개발해서 
이쁜 빌라촌인데
이 집만 이러냐고 집주인에게 물어봤다
 
마침 개발 요양이 있었는데
박원순시장이 개발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중에 내가 조사한 바로는
집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해서
도저히 개발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부동산 개발자인 친구에게 물었다.
우리 집 주소를
적확히는 우리 사무실 주소를 알려주고
나중에 이 친구가 친히 우리 사무실에 납시셨다.
 
이 땅 가치에 대해 물으니
똥값 될 곳이라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본인이 내가 평생 살 집이라면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도 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은평중학교 학생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고 나서는
살 수가 없다.
 
물론 집은 벌써 부동산에 내놨다.
여러 가지로 내가 피해를 볼 것이지만
 
도저히 트라우마에 살 수가 없다
생각해 보시라
아들이 대학교 2학년 생인데
 
중학교 2학년 생들한테 두들겨 맞고
온 동네 사람들이 보는 대로 에서 돌려차기를 맞아
119를 타고 갔는데
 
내가 어떻게 이 동네에서 사냐
무리한 일이다.
 
여하튼 은평중 집단폭행사건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집을 꾸밀생각이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회색 시멘트로 벗겨진 담벼락을 새로 칠하는 것이다.
예전
시골에서 목회할 때 페인트칠 해봤는데 녹녹지가 않다.
특히 땡볕에서 하는 작업이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했다.


그래도 어쩌랴
새롭게 시작하는데
내 사무실도 새롭게 단장하고 해야지
 
예전 강남사무실은 너무 좋았는데 하는 회상에 잠깐 젖기도 했지만
무리해서라도
내 몸이 무리가 되더라도 
도전해 보기로 하고
앞집에 사시는 설비전문 어르신께 여쭈어보고
 
페인트를 사러 돌아다녔다.
근데 동네에 페인트 가게가 없다.
 
멀리 구산역 근처와 응암역 근처에 페인트가게가 있었지만
생각 외로 가격이 비쌌다.
 
내가 오래간만에 한국에 와서 물가가 올랐나 싶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가격이 저렴한 곳들이 있는데 
이곳들은 다 택배로 받아야 한다.


그리고 색깔을 맞춰야 한다.
수성페이트는 거기에 적절한 색료배합이 필수다.
 
싫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번 영암 덕진면 사무실도
이래저래 페인트값만 20만 원 가까이 써서 
하긴 했는데
 
또 힘들긴 했지만
하고 보면 너무 기분이 좋고 이쁘다
 
이번에는 전문가에게 물어봐야겠다
다짐했고 
이리저리 서치를 하다가
 
이런 젠장
내가 홍보대사로 있는 복지모터스 바로 옆에 페인트가게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정길 부장한테 물어보니
저 건물을 사서 들어온 가게란다.
 
어허... 심상치가 않다
퇴계로에 빌딩을 사서 들어오는 페인트가게라
일단 가서 사장님을 보자....
 


사장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일단 어떤 장소 인지 
 
사장님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시더니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일단 벽길이 어떤 색
그리고 어떤 붓들을 원하는지
 
나는 잘 모르니 사장님이 알아서 해주시라
그런데 벽색깔은 
파란색이 좋겠다.
 
사장님은 나에게 샘플조각이 있는 것을 보여주시더니
적절한 채도와 명도를 안내해 주고
이런 색깔이면 될까요
 
네 좋아요
 
그런데 그다음이 신기했다.
그 샘플에 대가 사장님이 염료를 섞어서 만드는 것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컴퓨터를 두들기더니
알아서 색료배합이 되는 기계가 돌기 시작한다.
 
너무 신기했다.
야... 이래서 신문명이다.....
 
그리고 사장님의 안내대로 몇 개의 붓과 설명을 듣고
집에 와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붓질이 이렇게 잘되나 싶을 정도로
붓질을 해도 팔이 아프지가 않았다.
 
지난번 영암공사 때에는 팔이 너무 아프고 붓이 나가지 않아
결국은 롤러를 가지고 작업을 했는데
 
내가 작업을 할 때 도와주시는 앞집 할아버지왈..
 
이거 삼화페인트 아니여
이거 제일 비싼 거잖아 요즘은 중국산 제품을 써서 그런 거지
 
삼화는 비싸서 
붓질이 잘되는 거야
 
아하 그래요
이래서 사람들이 삼화 삼화 하는구나
 
멋지게 붓질을 하고
사실 약간
톰소여의 모험처럼
담벼락에서 흥얼거리면 동네애들이 나타나고
그 애들한테 1차로 간식을 뺏고 구슬을 뺏고
붓질은 아이들이 하고...
 
그냥 그런 재밌는 상상을 해보았지만
결국 앞집 할아버지가 살짝 도와주시고
모든 작업은 내가 마무리했다.
 
야..... 이래서 삼화란다...
너무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