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3. 11:46ㆍ믿음 이야기
매일 매일
우울의 바다에
헤엄을 쳤다
아니 우울의 욕탕속에서 나오질 못했다.
유일한 시간보내기는
유튜브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눈동자를 굴렸다.
AI의 똑똑함 덕분인지 언제부턴가 먹방과 숏코미디 채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누구는 그걸 알고리즘이라 부르더라.
보기에도 호기심이 가지는 썸네일들
점점 과도한 썸네일에 손가락을 대면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점점 더 빠지기 시작한 영상중독
이제 방에서 나올 일이 거의 없어졌다
하루 중
24시간 중
밥먹고 화장실가고
고작 1시간도 되지 않는다
23시간을 누워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누워있는 편안함과 누워있을 수 밖에 없는 내 현실에 순응하며
자신을 합리화했다.
그래 나는 교통사고 휴유증이야
이렇게 허리가 아픈데 어쩌라는 거야
그런데 누울수록 허리는 통증이 더해가고
통증은 엉덩이를 지나 종아리와 엄지발가락으로 내려갔다.
이제는 누워있을수도 없다
그냥 이대로 살다가 가면 좋을텐데
근데 이건 너무나 민페다
자살로 인한 자살유가족들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내 자신이 더 잘 안다.
그것마저도 부인하면서
우울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제 아프지 않고 죽어야지
그런데 놀랍다
병원을 다녀도 더 아프다
하기야 지금까지 누워있던 2여년의 시간
그게 한방에 나을수가 있을까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혹시 수술이라도 해야하나 불안감이 나를 짓눌렀지만
이대로 민폐가 되기는 너무나 싫다
너무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용기를 내서
동생에게 부탁했다
다시 병원가자
네가 다니던 병원에 가보자
지긋한 연세의 정형외과 원장님은
경륜의 언어로
꼼꼼히 생활습관과
부지런히 운동습관
결국 해냈다
일어서서 걸기를
매일 매일 조금씩
조금씩
나아진다
유튜브 먹방크리에이터들이
이제 보기가 싫다
미안해 미안해
당신들 덕에 버텼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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